노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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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노동조합인가 노동기사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전교조가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education/newsview?newsid=20140609140907839



결론부터 말하면, 전교조는 노동조합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전교조에 둘러붙은 정치적 색채, 전교조를 향한 내 정치적 편향을 떠나 법률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헌법 제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노조법 제2조 제4호 본문은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목적으로(목적성)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주적으로(자주성) 단체를 형성(단체성)하고 있다면, 이 단체는 헌법과 헌법확인적 규정인 노조법 제2조 제4호 본문이 가리키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즉 전교조를 '법외노조(법에서 정하지 않은 노조)'로 본다고 통보했다. 헌법 제33조와 노조법 제2조 제4호 본문만 본다면 전교조는 노동조합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런 호기를 부릴 수 있는 건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그리고 교원노조법 제14조의 존재 탓이다.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 (1)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 (2)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노조법상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


(1) 여기서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포함(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두8568 - 서울여성노조사건)한다. 따라서 어떠한 사유로 교단에서 일시적으로 내려왔지만 노동의사가 있는 자라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전교조가 이러한 자를 조합원으로 맞이하고 있더라도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게 아니므로 여전히 전교조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


(2) '해고된 자(해직자)'가 본인의 해고사유가 부당함을 들어 노동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한 경우 노동위원회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해고된 자' 역시 '근로자'에 해당하고, 전교조가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더라도 '해직자'는 '근로자'이므로 여전히 전교조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


그러면 도대체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가? 교원노조법 제14조에 고용노동부 판단의 기본 뼈대가 있다.


교원노조법 제14조 : 교원에 적용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에 관하여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다시 말해 (2)를 의미)를 제외하고는 노조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그렇다. 전교조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더라도 (2)에 따라 '해직자'는 '근로자'이므로 여전히 전교조는 노동조합에 해당하지만 교원노조법 제14조는 (2)를 제외하고 노조법을 따르겠다는 것이므로 반대해석하여 '해직자'를 품고 있는 전교조는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교조는 단지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노조, 고용노동부의 표현대로라면 '법외노조'일 뿐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판단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다. (1)에서 노동의사 있는 실업자까지 '근로자'로 인정했는데, (2)에서는 돌연 '해직자'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선언한다. (1)에서 노동의사 있는 실업자까지 '근로자'로 인정했으므로 굳이 (2)를 규정하지 않더라도 '해직자'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2)는 기어코 '해직자'를 '근로자'로 규정한다.


(2)는 결국 '기업별' 노조를 전제하고 만든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기업별 노조의 조합원이 사용자로부터 해고됨으로써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 대비하여 마련된 규정인 것이다. 전교조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같은 기업별 노조가 아니다. A학교 교직원, B학교 교직원이 한데 뭉쳐 형성된 '초기업별' 노조다. 당연히 (2)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교원노조법 제14조에 따라 (2)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애초에 '초기업별' 노조인 전교조는 (2)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존재하지 않는 적을 상정한 뒤, 이 적을 쓰러뜨렸다고 전교조를 향해 승전보를 울렸다. 그 승전보는 분명 법을 잘못 해석하고 적용한 결과이며, 이는 언젠가 공허한 메아리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설령 고용노동부의 판단대로 교원노조법 제14조에 따라 전교조에 (2)가 적용되지 않아, '해직자'를 품고 있는 전교조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을지라도 전교조는 적어도 '헌법상' 노동조합의 지위를 갖고 있다. '법외노조' 논란과 별개로 전교조가 단결권, 단체교섭권, (쟁위행위가 아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가진 노동조합이라는 뜻이다.



* 써놓고 보니 "내 정치적 편향을 떠나 법률적으로 판단"한 글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6.4 지방선거, 쉬는 날일까 노동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거날은 휴무가 아니다. 법정공휴일(공무원 쉬는 날)일 뿐이다. 사업장에 출근해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
그렇다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투표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그 숱한 공익광고와 공공기관 현수막은 다 뭐란 말인가.

근로기준법 제10조(공민권 행사의 보장)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지, 선거날이 휴무란 소리는 아니다. 공익광고와 공공기관 현수막은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투표에 필요한 시간은 유급인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 별도의 정함이 없다면 사업주는 해당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즉, 월급이 200만원이라면 그 금액에서 해당 시간급만큼을 공제하고 지급해도 된다... 근데 과연 그럴까? 또 다른 특별법이 있다.

국민투표법 제4조 및 공직선거법 제6조 제3항에서 "공무원, 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근로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투표에 소요된 시간은 유급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뜻.

6.4 지방선거날, 근로자는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다(다시 사업장에 복귀해야 하지만ㅠ). 사업주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이 없었다고 해당 시간만큼을 월급에서 공제하지 못한다.

어떤 갑을관계 노동이야기

내일 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근로자 4명이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며 근무하다 결국 사업주로부터 4개월의 정직 징계처분을 받았다. 근로자들이 입사한 이래 '조기퇴근'이 문제가 됐던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지만, 얼마 전 근로자들이 노동청에 임금이 체불됐다고 진정을 제기하고 난 후 상황이 돌변했다. '조기퇴근'이 갑작스레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증명이 됐고, 급기야 정직 징계처분의 주요 사유가 됐던 것.

그래서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사직, 해고, 계약기간 종료 등으로 사용자-근로자간 사용종속관계가 끊어진 후 노동청을 찾아가 비로소 울분을 토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공히 '또 하나의 가족'이 되기 힘든 이유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사업영위를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간 관계가 결코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균형한 양팔저울에 똑같은 무게추가 실릴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각종 벌칙조항을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04조 및 제110조가 대표적. 예컨대, 노동청에 대한 임금체불 진정 등 감독기관에 대한 신고를 이유로 사업주는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된다는 규정이다. 하지만 이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근로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업주에게 법에 어긋나는 대우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근로자를 손에 꼽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갑을관계가 불거지기 훨씬 전부터 근로자-사용자간 갑을관계는 존재했다. 이 갑을관계는 원-하청 하도급간 힘의 논리 또는 직급이나 계파에 따른 사내정치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사람들과의 서열을 결정했으며, 한편으론 신성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파업은 여전히 따가운 눈총의 대상이고 높은 임금을 받는 노조 조합원들의 임금협상투쟁은 아직까지 '귀족'노조의 배부른 소리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이 관계에 균열을 내기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몇 발 앞서 자본주의 체제를 견뎌내고 있는 몇 몇 국가는 어린 학생들에게 노사협상기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국가의 시민들은 사회안전망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 무슨 이유를 내세워 파업하더라도 쉽사리 돌멩이를 던지지 않는다. 지휘명령-임금지급으로 얽힌 사용자-근로자간 갑을관계는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갑을관계가 조금은 더 건강해지고 평등해 질 수는 있지 않을까.

손주 유모차를 끌고 있는 할머니가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얘기를 들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사용자의 전통 노동이야기

휴게 시간도 없다. 밥 먹는 시간도 모자르다. 그저 배차시간표에 맞춰 초를 다투며 정신없이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유씨는 그렇게 2년동안 밤낮없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월남전 후유증으로 2개월간 병상에 누웠다는 이유로, 교통사고로 또 한달간 입원했다는 이유로, 결국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심정으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청에 그간의 불합리한 점들을 진정했다. 하지만 그 죄로 서울 마을버스 사업주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금은 지방의 버스회사를 알아보고 있다.
한간에선 정년을 훌쩍 넘은 '할아버지'들을 고용하고 있으니 마을버스 사업주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에 근로기준법을 들이대는 건 사업주에게 부담만 더할 뿐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리있는 말이다. 어느 회사가 할아버지들에게 월급으로 150만원을 쥐어줄 것이며, 또 어느 회사가 근로기준법의 '엄격한' 규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지만 이렇게 일리있는 말은 근로기준법을 알려 줄 대학 친구가 필요했던 전태일의 시대에도 사용자들이 그대로 차용한 논법이다. 일할 곳이 마땅치 않은 근로자들에게 사용자가 시혜를 베풀었다는 사고, 사업하기에 궁핍한 사정을 들어 먼지가 쌓이도록 법전을 모셔두고야마는 현실논리는 꾸준히 전승돼 왔다(학교에서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말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 대면해야 할 문제는 근로자들도 맞장구치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시혜적 사고와 그럴듯한 현실논리다.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일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시혜가 아니라 의무일 뿐이며, 사업체를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은 사용자의 무능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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